〈간間지〉 2026 여름호 | 심층인터뷰

2026년 지만지드라마의 희곡 낭독 모임 현장을 기록합니다. 

7월의 문을 연 희곡은 장-브누아 파트리코의 <취리히 여행>입니다. 

모임을 이끈 운영자 유념 님과 희곡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희곡을 둘러싼 다채로운 생각과 생생한 낭독 후기를 전합니다.

 

채원(노라조 1기)

캘 채(采), 멀 원(遠). 깊이 숨겨진 행복까지 발견해 멀리 전한다는 이름의 뜻처럼 희곡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하고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 

일시 | 2026. 07. 02. 목

장소 | 커뮤니케이션북스

인터뷰어 | 윤채원(노라조 1, 2기)

인터뷰이 | 유념 모임장(노라조 1, 2기)


채원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유념

안녕하세요, 저는 지만지드라마 서포터즈 노라조 1, 2기이자 낭독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허윤영이라고 합니다. ‘유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채원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념님께서는 이번뿐만 아니라, 1기 때부터 계속해서 낭독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처음에 낭독 모임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유념

처음에 ‘노라조’에 지원할 때 낭독 모임을 운영할 사람을 뽑는다는 공지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연극 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같이 희곡을 읽고 서로 얘기를 나누는 ‘희담’이라는 소모임을 하고 있었거든요. 마침 희곡을 함께 읽는 소모임을 하고 있기도 했고, 평소 지만지드라마를 너무 좋아하기도 했기에 노라조 낭독 모임 운영 파트에 지원하며 본격적으로 지만지드라마에서도 낭독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채원

서포터즈 활동 이전부터 희곡 낭독 모임을 하고 계셨다니!


유념

그냥 작게 친구들이랑만요. (웃음)


채원

모임에서 읽을 도서들을 모임장님께서 직접 선정해 주시잖아요,

함께 읽을 도서를 선정할 때 유념 님만의 선정 기준이 있으실까요?


유념

저는 일단, 제 취향이 많이 들어가기는 하는데, (웃음)

아무래도 같이 읽는 낭독 모임을 하다 보니까 말맛이 살아 있는, 소리 내서 읽었을 때 말맛이 사는 도서를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낭독 모임에서는 대사뿐만 아니라 지문도 읽잖아요.

그래서 지문이 특별히 문학적인 작품들을 유심히 보게 되기도 하고, 대화 부분을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언어나 문학적으로 조금 더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도서를 정하는 편이에요. 그런 작품들이 소리 내서 읽었을 때 말맛이 좋다 하는 도서라 생각하고요. (웃음)


채원

지문의 말맛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것도 고려 사항이 될 수 있겠네요.


유념

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생각보다 지문을 엄청나게 공들여서 쓰신 게 느껴지는 희곡들이 있거든요.


채원

오늘 진행되는 낭독 도서는 <취리히 여행>인데, 그렇다면 <취리히 여행>을 낭독 도서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념

<취리히 여행>이라는 작품은 조력 자살을 하려고 하는 여배우 플로랑스가 취리히로 떠나는 여행을 로드 무비처럼 따라가는 내용인데요, 조금은 어렵고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티격태격 가족들 간의 문제도 있고, 읽었을 때 마냥 가볍거나 무겁지 않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었어요.

또 조력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은 플로랑스와 그를 둘러싼 친구, 아들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다 보니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낭독하다 보면 인물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낭독을 통해 이 인물이 할 것 같은 말을 소리 내 읽어 보면서 또 느껴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지점들이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채원

만약 오늘의 도서 <취리히 여행>을 한마디 혹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웃음)


유념

두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하나는 ‘끝내주는 여행이다’.


채원

오, 끝내주는 여행이다! 좋은데요? (웃음)


유념

(웃음) 하나는 '끝내주는 여행이다'고, 조금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면 다른 하나는 ‘삶을 너무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채원

좋네요. (웃음)

혹시 유념 님이 평소에 좋아하시는 희곡이나 즐겨 찾게 되는 희곡이 있으신가요?


유념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희곡들을 좋아해요.

연극 공연을 볼 때도 그렇고, 희곡을 읽을 때도 그렇고 정해진 의견이나 정해진 입장을 피력하는 작품이 있는 반면에, 사회나 어떤 논제에서 부조리한 면들을 꼬집어 내거나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 한번 얘기해 볼까?’ 정도에서 끝을 맺는 희곡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뭔가 제가 헤매더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게 되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채원

그럼 혹시 오늘의 낭독 도서인 <취리히 여행>에서 발견하신 질문도 있으신가요?


유념

<취리히 여행> 같은 경우에는 내가 플로랑스라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은데 ‘만약, 내 지인이 플로랑스였다면 나는 이자일까 뱅상일까?’ 하는 질문을 마주했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두 인물의 입장이 다 너무 이해되고, 이런 문제가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 생겼을 때, 그녀를 잡고 싶기도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줘야지 생각하지만, 그게 쉽게 될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취리히 여행> 1회차 낭독 모임 때 나왔던 이야기인데, “이자가 이 극 안에서 플로랑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녀를 서포트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마음 한편으로 뱅상처럼 잡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누르고 애써서 ‘그래 네 선택이니까 존중해’라고 해 주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나눴었는데, 그 말도 맞는 것 같고요. 이런 다양한 생각들을 통해 ‘내가 플로랑스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보다는 ‘내 친한 지인이 플로랑스와 같은 결심을 했다면, 혹은 내가 플로랑스의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채원

근데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네 일 아니라고 쉽게 생각하지 마’라고 하지만, 사실 저도 제 일을 결정하는 건 쉽지만, 저와 제일 가까운 사이, 그러니까 가족 혹은 친한 친구와 같은 사람이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했을 때, ‘나는 그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걸 말려야 하나? 그런데 내가 이 친구의 마음을 함부로 막을 수 있나? 말려도 되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오히려 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유념 님이 생각하시기에 함께 희곡을 함께 낭독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유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할애하여 함께 호흡하고 경험하는 것. 요즘에 그 함께하는 경험이 더욱 소중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이후로 회의 같은 것도 비대면으로 많이 이뤄지고, 공부도 줌 스터디라고 해서 온라인에서 많이 진행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점점 사람이랑 대면하고, 접촉하는 일이 더 적어지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더 줄어들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희곡이라는 하나의 매체를 다양한 의견을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열린 마음으로 함께 나누는 시간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채원

방금 들으면서 생각난 건데, 유념 님이 말씀해 주신 희곡 모임의 장점이 ‘연극’이라는 매체가 가진 성격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영화나 드라마는 혼자서도 TV나 OTT만 켜면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공연은 일정한 시간 동안 한 공간에 모여서 같은 작품을 보게 되잖아요. 그리고 그 공연의 바탕이 되는 게 희곡이고요. 그런 점에서 희곡 모임이 한 편의 공연을 같이 보는 것과 유사한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득 궁금해졌는데, 이렇게 함께 희곡 낭독하는 것도 물론 너무 좋지만, (웃음)

반대로 ‘이 희곡은 내가 혼자 아껴 읽고 싶다’ 혹은 ‘이 작품은 홀로 읽었을 때 더 좋았던 것 같다’ 싶은 작품도 혹시 있으셨을까요? 

아니면, 아직 읽어 보지 못했지만 ‘이 작품은 나중에 꼭 혼자 읽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셨던 작품도 좋고요!


유념

현대 희곡으로 갈수록 상황이나 언어로 이루어지는 대화보다는 좀 이미지적인 것들을 포착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잖아요. 그런 희곡들 같은 경우에는 이미지적으로 묘사가 잘 되어 있다 보니까 상상하면서 읽게 되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작품들은 낭독보다는 아껴서 혼자서 읽어 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웃음)


채원

어느덧 준비한 질문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데요, 유념 님의 최애 희곡을 뽑자면 무엇일까요? (웃음)


유념

(웃음) 아, 너무 어려운데요. 음… 저는 작가로 말씀드리자면, 아서 밀러의 작품을 좋아해요.

<세일즈맨의 죽음> 같은 작품들? 그리고 후안 마요르가 작가의 작품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작년 지만지드라마 팝업 라이브러리에서 낭독 모임을 했을 때 <천국으로 가는 길>을 읽기도 했답니다.


채원

두 작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유념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를 굉장히 잘 사용하는 작가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용상으로도, 형식적으로도요. 최근에 마티나 마이옥의 <생츄어리 시티>를 읽었는데 그 작품도 무척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수업 자료라 읽게 된 작품인데 여러 번 읽어도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리는 거예요. 그래서 참 애정하는 작품이랍니다.


채원

정말요? 수업 자료로 읽으면서 그러기 쉽지 않은데. (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유념

희곡 많이 읽어 주세요. (웃음)


채원

(웃음) 저도 같은 바람입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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