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間지〉 2026 여름호 | 틈새 극장

여러분이 들려주신 사연을 바탕으로,

서포터즈 보경이 마음과 깊게 닿아 있는 희곡의 대사와 장면을 골라 정성스러운 편지 답장을 전해 드립니다.


그 두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보경(노라조 2기)

희곡에 익숙한 독자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처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함께 알아가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부담 없이 읽히지만 오래 남는 장면을 전하고 싶습니다.


[틈새 극장] 오늘, 당신의 마음엔 어떤 대사가 필요한가요?

오늘의 사연 

열심히 입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긴 한데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랐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아지고 못하는 나를 보면 너무 괴롭습니다. 

숨이 막힐 것같이 가슴이 조여 오는 불안들이 심해질 때면 도망치고 싶지만 쉴 수가 없어서 버티고 있습니다. 

잘해 내고 싶고 잘하고 싶고 이 불안에서 벗어나 숨을 쉬고 싶습니다.

비교의 거울 앞에 선 당신에게

사연자님, 안녕하세요.

에디터 보경입니다.


사연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달랐다”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 사연을 읽고 다른 사연보다 더 오래 붙잡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너무 공감됐거든요.


저 역시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주변 친구들은 자격증을 준비하고, 

대외 활동을 하고, 성적도 잘 받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제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는데도 자꾸만 다른 사람의 속도와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하지?’, ‘나는 뒤처지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비교는 참 이상한 것 같아요.

분명 어제보다 성장했는데도 다른 사람이 더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면, 내가 걸어온 길은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열심히 노력한 시간보다 부족한 결과만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됩니다.


사연자님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불안하지만 멈출 수도 없고, 쉬면 뒤처질 것 같아 계속 달려야 하는 마음. 

그 문장을 읽는데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자연스럽게 그려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연자님께 〈인형의 집〉을 추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던 노라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사연자님도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형의 집〉을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한 작품으로 기억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타인의 기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노라는 오랫동안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저는 사연자님도 같은 질문을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나는 몇 등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누구보다 잘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만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지는 않나요?


입시는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입시가 사연자님의 가치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열심히 달려온 시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보다 조금 늦다는 이유만으로 사연자님의 존재가 작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사연 끝에는 “잘해 내고 싶고, 잘하고 싶고, 이 불안에서 벗어나 숨을 쉬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사연자님이 그 숨을 편안하게 내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성장한 자신을 먼저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희곡 속 노라는 자신을 찾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사연자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 자신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괜찮아, 잘 버티고 있어”라고 말해 주세요.


저도 진심으로 사연자님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2026.7


비교라는 거울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나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사회와 가족이 만들어 놓은 역할 속에서 살아온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희곡이다. 

주인공 노라는 좋은 아내이자 좋은 엄마라는 기대에 맞춰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결국 그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는 선택을 한다.


이 작품은 여성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타인의 기대와 기준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작품이다.

❊ 책 속으로


“무엇보다도 나는 한 인간이에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는 먼저 나 자신을 교육해야 해요.”


− 《인형의 집》  中 노라가 남편 헬메르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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